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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대한민국에서 중증외상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이유

by 정보알려주는다올 2020. 8. 14.

안녕하세요. 정보를 알려드리는 다올입니다.


어제는 의사 파업에 대해 얘기했는데요, 오늘은 현직 의사분의 중증외상환자를 왜 살리지 못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출처 : 구글이미지 ( 복지뉴스 )


외상환자에 대한 여러가지 자료 중에 예방 가능 사망률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살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해 사망한 환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통계죠.


우리나라의 예방 가능 사망률은 30.4%로 30%가 조금 넘는 정도로 15~20% 수준인 미국, 일본, 유럽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 입니다. 2017년 응급실을 이용한 환자가 190만명이였는데, 그 중 중증외상환자가 7만 5,178명이였으며 이 중 8천여명이 사망했습니다. 


예방 가능 사망률 통계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8천여명 중 2400명은 살 수 있었던 사람이고, 미국이나 일본이였다면 2400명 중에서도 천명은 더 살 수 있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2017년에 우리나라에서 중증외상 사고가 나서 사망한 천명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같은 사고가 났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란 뜻이죠.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과 의료 접근성은 세계적으로 굉장히 높습니다. 의료비가 저렴하고 의료 질이 높기때문에 해외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내시경이나 수술을 받아야 할 때는 한국에 들어와서 받아도 비행기 값이 남을 정도죠. 싸고 접근성이 높은 한국의 의료보험체계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대표적인 경우로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있죠. 미국에서는 돈이 없으면 치료를 못받고 유럽에서는 돈이 있어도 한국처럼 빠르게 검사나 수술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제도를 선진국에서는 왜 실행하지 못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얼핏 보기엔 완벽한 제도인것 같은데 왜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들은 그렇게 하지 못할까. 그런데 사실 완벽한 제도란 것이 있을 수 없죠. 특히 의료는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예산 안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되기 때문에 한쪽에 과하게 주면 다른쪽을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게 외과나 흉부외과, 중증외상 같은 분야죠. 특히 중증외상 분야는 정치인들이 정책 결정을 하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어요. 암이나 고혈압, 당뇨 같은 질병들의 의료 지원을 줄인다고 생각해보면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의 반발이 심하겠죠. 그 결과는 투표를 통해 나타나는데, 만성질환 환자 수는 굉장히 많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중증외상 환자는 절대적인 수가 적고,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내가 피해를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선진국에서라면 살 수 있었던 천명은 죽었기 때문에 불만을 말할 수 없고, 사망자의 가족 분들도 치명적인 외상으로 인한 죽음이였기에 보통은 잘 받아들이시는 편이며, 보험사들도 이득이죠.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이였다면 살 수 있었지만 사망한 천명 외에는 아무도 불만이 없는 것이죠. 그리고 죽은 사람들은 투표권이 없죠


그래서 정치인들은 중증외상 환자에게 돈을 쓰지 않습니다. 2017년 중증외상 진료체계 예산은 440억원이였는데, 한의약 정책관 소관 예산이 432억원입니다. 이 두 곳의 예산이 비슷한거죠. 이 432억원은 한방 난임치료나 한약 개발을 지원하는데 쓰이는 돈입니다. 한방건강보험과는 관계가 없으며,  보험과 관련해서는 2017년에 2조 5천억원이였나 그렇게 나왔고요, 2018년의 한의약 정책관 소관 예산은 전년도보다 4% 증가한 580억원 책정되었지만, 중증외상 진료체계 예산은 40억을 삭감당한 400억으로 책정되었죠. 그 뒤에 욕을 많이 먹고 600억으로 늘리긴 했는데, 기본적으로 정부는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는데 돈을 쓸 생각이 전혀 없다고 생각됩니다


한의학 정책에 580억을 쓰면 분명 관련 사업 종사자 중에서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겠죠. 한방 난임치료 이런거 하시는 분들, 그런게 투표나 후원으로 연결되는거고, 하지만 중증외상에 600억원을 써도 살아나는 천명 외에는 아무런 이득을 보지 않습니다. 그 천명조차 자신이 혜택을 입었는지 알 수 없고요. 정치인들 입장에선 들어가는 돈에 비해 선거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아예 없기 때문에 신경쓸 이유가 없습니다. 돈이 생명보다 중요하냐? 당연히 생명이 돈보다 중요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이국종 교수님 같은 분들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중요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건 돈이죠. 몇 사람의 영웅적인 희생으로 유지되는 의료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24시간 당직 근무를 10년, 20년 계속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외상 의료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외상 환자를 한 명 살리는데는 엄청난 돈과 노력이 들어가죠. 수술시간 동안 의사가 최소 2명, 간호사도 2명 이상 필요하고 중증외상 환자를 24시간 커버하면서 의료진의 일상 시간을 가능하기 위해서는 3교대로 돌아갈 3팀이 필요합니다. 최소 의사 6명과 간호사 6명이죠. 수술시간이 길어지면 그 사람들의 일을 대신해줄 대체 인력도 필요하고 수술이 끝난 후에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장기간 입원과 재활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기에도 돈과 인력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헬기를 관리하는데에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죠. 24시간 대기할 조종사들, 그리고 정비사들 이 모든 인력과 예산을 외래에만 투입한다면 굉장히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응급 의료체계를 유지하는 선진국들은 우리나라 같이 싸고 접근성이 높은 의료보험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 합니다.


저는 어느제도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생명의 가치는 절대적인 것이라서 서로 비교할 수 없죠. 중증외상 환자 한 명을 살리는게 암 환자 10명을 5년 더 살게 하는 것 아니면 뇌경색 환자 10명을 5년 더 살게 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어떤 절대적인 판단의 기준은 없는 것이며, 결국 나라 별로 제한된 예산 안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인데, 선진국들은 비싸고 접근성이 낮지만 응급 외상 환자를 잘 살릴 수 있는 제도를 선택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응급 외상 환자를 약간 포기하는 대신 싸고 접근성 높은 의료제도를 선택한거죠. 그리고 이런 제도는 사회에 깊게 퍼져있기 때문에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도 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큰 저항에 부딪히며 지지율이 떨어지겠죠. 어쨋든 대부분의 평범한 의사들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흘러갈 수 밖에 없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증외상, 흉부외과 같은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분야를 전공해서는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기는 어렵습니다. 1년에 집에 들어갈 수 있는 날짜가 손가락을 꼽을 정도니까 진짜 사명감 있는 분들만 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개개인의 사명감으로만 유지되는 의료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결국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해야되는데 돈이 많이 필요하다. 24시간 수술 가능한 의료진을 대기시키기 위해선 수술에 대한 보험 수가를 많이 높여야 되는데, 보험료를 올리거나 다른데서 예산을 빼오는 것 둘 다 강한 저항이 있기때문에 쉽지 않죠. 결국 해결책이 없는 얘기를 한것인데,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그렇구요. 한 개인으로서는 내가 중증외상을 당하지만 않으면 상관이 없고 오히려 세계 최고의 접근성을 가진 수준 높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우리 모두 최대한 사고를 조심하면서 살아야 될 거 같습니다.


출처 : https://youtu.be/Mn9BgpNyk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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